왠지 가슴이 고팠다.
늦은 점심을 먹고 오후 3시가 넘어서야 곰배령을 목적지로 하고 길을 나섰다.
바람도 좀 쐬고 싶었고, 조금 늦은 단풍이지만 더 늦기 전에 이 가을의 산야를 마음속에 담아두고 싶어서 가다가 보니 "가령폭포"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달랑 혼자서 나선 길이니 급할 것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다.
가령폭포(可靈瀑布)
홍천군 내촌면 백암산(1,099m)에 있는 제법 아름다운 약 50m의 폭포다.
홍천8경 중의 하나란다.
연화사
가령폭포로 가는 찻길의 끝자락에 있는 암자 같은 조그만 절
와야삼거리(위)와 만찬 --- 김치찌개
와야삼거리는 홍천의 내촌면과 서석면 그리고 인제의 상남면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길이다. 인제 상남에 이르니 날이 제법 어두워졌다. 천천히 운전을 한데다가 가령폭포에 들르느라 시간을 허비했던 모양이다.
여기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김치찌개를 주문했는데, 옆 자리엔 공사판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 4명이서 닭도리탕에 반주를 곁들이며 신나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혼자서 음식 나오기만을 멍하니 기다리고 있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던지 그 중 연장자가 내게 술을 권했다. 더덕술인데 맛이 그만이라고 했다.
운전 중이라 망설이다가 호의를 생각해서 한잔만 마시겠다고 했다.
안주하라고 닭도리탕을 한 접시 담아서 건네준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의 물꼬가 식사가 다 끝나고 1시간을 더 얘기꽃을 피웠다. 나는 나그네이고 그 분들 또한 공사판을 따라 객지를 떠도는 나그네들이었다. 모쪼록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건네고 가던 길을 갔다.
아이러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관대하고 인정도 많다.
그래서 살 만한 세상인지도 모르겠다.
펜션(곰배령 부근)
날은 이미 어둡고, 길가에 보이는 펜션에 전화를 했더니 단풍시즌이 끝나서 손님 받을 준비가 안되어 있다고 이 집을 소개해주며, 그 집에서는 숙박이 가능할 거라고 했다.
KBS 인간극장에 "곰배령의 부녀별곡-나뭇꾼과 선녀"라는 타이틀로 방영되었던 식당 건너편에 있는 펜션에 도착하여 거실에 들어서니, 주인장이 저녁은 어떻게 했냐고 묻길래, 오는 길에 먹었다고 했더니 그럼 술은 한잔 하냐고 묻길래, 한두 잔은 한다고 했다.
술상이 나왔는데, 소주에 보신탕이 안주다.
웬 보신탕이냐고 했더니, 용인에 사는 동생이 형님 몸보신하라고 보내왔단다. 주인장의 기특한 동생 덕분에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호사를 누린다.
보신탕에 소주를 마시며 세상사는 이런저런 얘기들을 두어 시간 가량 나누었다. 손님이 달랑 나 하나인 게 나는 미안했다.
방에 들어가니 방바닥이 따끈따끈하다.
라디오를 트니 잡히지가 않는다.
나는 TV를 잘 안 본다.
방태천
흐린 날 이른 아침의 방태천은 이런 모습이다.
설피마을
여름에는 선풍기가 필요 없고 겨울에 접어들어 얼음이 얼기 시작하면 다음 해 5월이 되어서야 해동이 되는 마을
눈이 하도 많이 와서 "설피"라는 눈신발을 신고 다녀야 하는 마을...
굴피집
곰배령(1,164m)
점봉산(1,424m)에 있는 준령으로 , 그 형상이 마치 곰이 배를 드러내고 누워있는 것 같다는 데에서 유래된 거라는데, 나는 맹하게도 11월 1일부터는 산불예방 때문에 입산금지인 것도 모르고 덜렁덜렁 왔다가 후일을 기약했다.
아침 식전인데, 곰배령 주차장에 있는 식당(설피민국)이 문을 열었길래, 식사가 되냐고 물었더니 덥수룩한 주인장이 식사는 안 되지만 따끈한 커피나 한잔 드시라고 한다.
커피를 마시며 명함을 챙겨 보니 "추장 ㅇㅇㅇ" 이렇게 되어 있다.
내가 "대통령하고 동급이시군요." 했더니, 대통령보다 한참 위란다.
대통령은 야당이 있지만, 추장에게는 야당이 없으니 말이다... ㅎㅎㅎ
곰배령 & 단목령 표지석
식당---산골 나들이
아침밥 먹을 식당을 찾느라 진동계곡을 내려오며 식당마다 들르다가 이 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산채비빔밥인데, 구수한 된장국이 나오고 작은 손바닥만 한 녹두전이 2개 나오고 나물과 채소들이 모두 자연산과 손수 가꾼 유기농법에 의한 것이란다.
주인 부부가 서울 송파 석촌호 부근에 살면서 나이 들어가면 시골에 가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40후반에 들어서자, 이러다가 50 넘어가면 아주 못가는 것 아닐까 하는 조바심에 부부가 작심하고 터를 물색하여, 봄에 땅을 사서 집을 짓기 시작하여 가을에 이사를 했단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것 같은데, 지금 행복하시냐고 물었더니, 내가 선택한 삶을 살기 때문인지 마음이 편안하고 여유로와서 행복하단다. 다만, 그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또 다른 그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진정한 생산의 원천인 땅을 벗삼아 사는 부부가 행복해 보였다.
또 행복하시기를 빈다.
조침령(770m)
양양군 서면과 인제군 기린면을 연결시켜 주는 고갯길로, 산이 높고 험하여 새도 하루에 넘어가지 못하고 이 산에서 잠을 자고 넘어 갔다고 하여 조침령(鳥寢嶺)이란다.
점봉산 곰배령 https://amigohula.tistory.com/6748351
곰배령 https://amigohula.tistory.com/6747812
곰배령 – 점봉산 https://amigohula.tistory.com/6747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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