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30.)
우리나라(남한)에는 3개의 장릉이 있는데, 영월에 있는 단종(1441~1457)의 장릉(莊陵), 김포에 있는 원종(1580~1619)과 인헌왕후(1578~1626) 구 씨의 장릉(章陵) 그리고 인조(1595∼1649)와 인열왕후(1594~1635) 한 씨의 장릉(長陵)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힘 있는 사람들은 부모찬스와 자식찬스가 있는데, 부모찬스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고종(26대 왕. 조선제국 초대 황제. 1852∼1919)과 대원군이며, 자식찬스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여기에 나오는 인조에 의해 추존왕이 된 원종일 것이다.
장릉이 3개씩이나 되는데, 그 주인들은 편안한 왕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단종은 수양대군으로부터 왕위를 찬탈당하고 영월로 유배되어 그곳에서 사약을 받았고, 원종은 왕위에 오르지 못했으나 사후에 그의 아들 인조가 왕으로 추존함으로써 장릉에 묻혔고, 인조는 임진왜란(1592∼1598)에 시달렸으니 말이다.
입구에 들어서서 몇 걸음 가면 오른쪽에 재실이 보이고 재실 앞에 조성된 소나무와 느티나무 숲이 아름다운데, 느티나무는 잎을 모두 떨구었지만, 단풍잎은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고풍스러우면서도 깔끔한 돌다리는 무슨 이야기가 있을 법도 한데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이내 홍살문에 다다른다.
향로(香路) & 어로(御路) & 정자각(丁字閣)
나는 능(陵)의 참도(參道)에 사전에도 없는 향로(香路)를 파주 장릉에서 처음 보았으며 어로(御路) 또한 생경하다. 능에 신도(神道)가 있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향로라는 표기는 처음 보았다. 이런 때에 유레카(Eureka) 하는 것일까!
죽어서도 품계가 있어서 무덤은 능(陵), 원(園), 묘(墓)로 구분되며 능은 왕과 왕비의 무덤이고 원은 왕세자와 왕세손 등의 무덤이며 묘는 능, 원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의 묘란다.
능의 참도에는 신도(神道:혼령이 드나드는 길)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향로”는 제례 때 향과 축문을 들고 드나드는 길이라니 신도와 향로는 같은 개념 같고, 어로(御路)는 왕의 길인데,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친다는 말은 쉽게 이해가 되지만, 가뜩이나 비좁은 땅에 귀신들의 땅은 더 넓어지고 살아있는 사람은 더 작아져야 할까?
며칠 전 서삼릉과 서오릉을 돌아보니 역시나 똑같이 향로와 어로 표지가 있어서 관계인에게 물어보았더니 몇 해 전에 문화재청에서 이렇게 정리하여 통일했다고 한다. 신도(神道)는 일본에서 즐겨 쓰는 용어여서 향로(香路)와 어로(御路)로 바꿨다는데, 모두 다 한자어이고 금방이나 방금 같은 느낌도 든다.(2020.12.23)
장릉(長陵)
한글로는 다 같은 장릉인데, 인조는 파주에 있고 그의 아버지 원종은 김포에 있으며 한참 위인 단종은 영월에 있다.
우리나라에는 북한에 있는 제릉과 후릉을 포함하여 42기의 조선왕릉이 있고, 남한에 있는 40기를 묶어서 2009년에 “조선왕릉 세계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했다고 하며, 상세한 내용은 내 블로그 “김포 장릉(2020.10.11.)”을 참고하면 좋을듯하다.
비각(碑閣)
비각 안의 비석 사진을 담기는 했으니 햇빛 때문에 글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 비석은 생략하고 비석에 새겨진 비문의 해설을 올린다.
능 주변의 소나무들이 아름답게 시립하고 있고 재실 어귀에는 느티나무와 참나무 등이 재실을 가려준다.
재실(齋室)
제사를 준비하는 공간인데 꽤 큰 규모의 건물이며 재실 옆에 능참봉의 집이 별도로 있다.
모두 다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니 잠자리를 찾아 날아가는 기러기 떼가 하늘 가득하고 우리도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요즈음 세상과 우리 삶의 시간표를 가늠해보면서메멘토 모리(Memento mori :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를 얘기하며 낙조를 바라보았다.
오늘 기사 중에 코로나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의 서글픈 장례식 얘기를 읽다가 문득 김국환 씨의 “타타타(산스크리트어로, 그래 바로 그거야)”가 떠올랐는데, 노래 가사 중에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라는 대목이 떠올랐던 거다.
저세상에 갈 때 누구라도 옷 한 벌은 건져 가는데, 코로나로 돌아가신 분들은 그 옷 한 벌도 건지지 못하고 가신다니 마음이 너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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