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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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춘천 출장길이면 집에서 아침을 먹지 않고 일찍 출발해서 남이섬이나 자라섬 부근에서 아침을 먹고 커피 한 잔 마시거나, 돌아오는 길에 조금 일찍 출발해서 그곳을 산책하고 나와서 저녁을 먹고 느긋하게 돌아오곤 했었다.
그냥 편안하게 산책하기는 괜찮지만, 특별한 것은 없다고 해도 가보지 않은 자라섬이 각시는 궁금한 거다. 모르거나 애매하면 검색해보고 그래도 궁금하면 가보고 해보는 거다.
노을이 지는 시간대에 도착해서 낮에 한 바퀴 돌고 어둠이 내려앉은 자라섬을 한 번 더 돌고 저녁을 먹고 귀가하기로 했다.
자라섬은 원래는 중국인이 농사를 짓고 살아서 “중국섬”이라 했다가, 우리 땅인데 중국섬이라는 게 어색해서, 자라 같은 모양 때문에 자라섬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있고
또 하나의 이야기는 수많은 은원(恩怨)의 이야기 중 보은(報恩)에 대한 이야기로 이곳에 살던 자라가 자신을 구해준 사람에게 은혜를 갚았다는 데에서 자라섬의 이름이 유래했다는 얘기도 있다.
색소폰을 연주하던 시니어는 관객이 없어서인지 어두워지자 돌아가셨다.
자라섬은 원래 서도 동도 중도 남도 4개의 섬이었는데 모두 연결로를 만들어 지금은 남도를 제외한 3섬은 자동차가 드나들 수 있으며 서도에는 자동차 캠핑장이 있다.
서도에서 동도로 연결된 길의 우측에는 북한강으로 터진 연못 같은 작은 호수가 있고, 좌측에는 “가평 아가씨” 노래비와 경춘선 철교에 전철이 달리고 있으며, 저녁노을과 함께 북한강에 드리워진 데칼코마니가 내 마음을 어딘지 깊은 곳으로 데려간다.
동도에는 이런 잔디광장이 펼쳐지고 방갈로도 있는데, 섬에서 북한강 맑고 깊은 물소리를 들으며 정태춘의 “북한강에서”를 음미하기에는 방갈로가 너무 밀집되어있는 느낌이다.
자라섬 중에서 문명의 때가 그나마 가장 덜 묻은 곳 남도다.
그리고 다소 엉성하기는 해도 조명 장치를 해서 야경 분위기를 띄워서 밤이면 조명과 북한강이 연출해내는 분위기를 즐기는 커플들이 산책을 한다.
남이섬과 번지점프대에도 어둠이 짙어지고 있고 이내 조명이 빛을 발한다.
미사리에 용봉탕을 잘하는 집이 있어서 귀한 손님이 오면 그 집으로 모시곤 했었는데, 가격은 좀 비싸도 그만한 값을 하는 요리였다. 룸살롱에 가서 술 마신 것은 쉽게 잊어버리지만, 용봉탕이나 괜찮은 오페라와 뮤지컬 VIP석 커플 티켓은 쉽사리 잊히지 않으니 말이다. 돈을 값어치 있게 쓰는 것도 학습과 노력이 필요하고 우선 자신이 그만한 소양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자라섬 주변의 산들과 자라섬의 나무들이 땅거미와 함께 북한강에 제 모습을 투영하는 데칼코마니가 만들어진다.
자라섬의 자라가 아이 못 낳는 사람 또는 아들 못 낳는 사람에게 아이와 아들을 낳게 해주는 방식으로 저를 살려준 사람에게 은혜를 갚는다고 하여 여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남이섬과 자라섬은 언제나 젊은 열기로 가득찼던 곳인데 코로나 때문인지 썰렁하다. 가평에서 저녁을 느긋하게 먹고 러시아워를 피해 편안하게 귀가했다.
부다페스트의 도나우강에는 "다뉴브강의 잔물결"이 있듯이 자라섬과 남이섬에서는 정태춘 시인의 "북한강에서"가 은은하게 흐르면 정취가 한결 더 좋을 것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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