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9.18
사는 게, 백수가 뭐 그리도 바쁜지 추석 전에 성묘를 못하고 이제서야 찾아 뵈었다.
아버지 찾아뵙는 게 설과 한식 그리고 추석은 고정이고, 양수리 쪽으로 가는 길이 있으면 찾아가서 대답 없는 대화를 많이 나누었는데...
왜 그리 서둘러 돌아가셨어요?
아버님은 장손을 보셨지만 그 녀석은 할아버지 얼굴을 기억도 못하잖아요.
그 녀석하고 얘기를 나눌 수 있을 때까지는 사셨어야 하잖아요.....
어머님 만나셨지요?
생전에 아쉬웠던 것 풀어가면서 오손도손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아버님은 6남매를 키우시자니 아버님 자신의 행복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사시다가 하늘의 부름을 받았던 것 같아요.
맏이인 제가 36살이었으니, 뭐가 뭔지도 몰랐어요.
긴장해서 눈물도 안나오더니, 장례를 다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그때서야 눈물보가 터졌지만 동생들이 있어서 울음소리는 못내고 눈물로 옷을 적셨어요.
아버님 뵙고 오는 길에는 종종 이곳 두물머리에 들러요.
우리도 언젠가 저승의 강을 건너는 저런 배를 탈텐데, 당신은 최소한 나보다 3년 이상 뒤에 오시라고, 제 집사람에게 일렀어요.
아버님 뵙고 가는 길에는 퇴촌에 있는 제 친구 집에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잖아요.
친구 집 가는 길에 이 힐-하우스가 있는데, 제 가족들도 아버님 뵙는 날에 더러 들렀던 곳이어서 오늘도 아내와 둘이서 팔당호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 마셨어요.
제 친구 "최진사댁"이에요.
원래 집이 혜화동이어서, 대학로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북적대는 도심 생활에 넌더리가 나, 잃어버렸던 자신과 시간을 찾자고 퇴촌으로 나온 친구에요.
어머님과 동생들까지 모두가 간 적도 두어 번 있었지요.
이 친구는 저한테는 온갖 맛있는 음식은 다 챙겨주면서 돈을 안받아요.
그래서 저는 이런저런 선물을 준비해 가기도 하고, 아들 녀석이 있으면 그 녀석에게 용돈을 주기도 하는데, 문경 출신인 친구 아내의 음식 솜씨가 정말 좋아요.
맛있어서 배불리 먹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양화선착장과 선유도 가본지도 좀 됐죠?" 했더니 그렇다고 해서 산책을 좀 했어요. 제가 한창 낚시 삼매경에 빠져 있었을 때에는 선유도 앞에서 날밤을 샌 날들이 제법 많았고, 더러는 가족들까지 함께 했잖아요.
선착장이 처음 개설되었을 때에는 시민들의 호응이 좋았었고, 선상식당에서는 고급요리인 바닷가재(랍스타) 요리도 있어서 가끔씩 들렀는데, 지금은 모든 분위기가 모두 다 지극히 서민화되었어요.
원래 상수도 시설이 있었던 선유도에 어느 날 이런 "선유교"라는 연륙교가 만들어져서, 선유도는 물론 여의도와 양화대교 그리고 성산대교 일대를 조망하기에 아주 멋진 명소가 되었어요.
선유도와 "선유교"로 연결되는 인공폭포와 당산역 앞은 이렇게 한강공원이 조성되어, 처음엔 어설펐지만, 이젠 이렇게 멋진 나무들이 되어서 그늘을 풍성하게 만들어줘서 도심 속의 허파 같은 멋진 공원이 되었어요.
선유교의 한 중간에서 바라본 여의도인데, 여의도의 파란 돔 지붕 속에서 입만 가지고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사람들과 인간들 그리고 말종들이 있는데, 저는 언제나 좋은 사람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나쁜 놈 순으로 지워가는 역선택을 해요.
선유도의 "선유정"인데 한강을 건너 멀리 인왕산과 북한산이 보여요.저녁을 먹고 가끔씩 산책을 하는데, 더러는 아내와 함께 하기도 해요. 선유도, 한 마디로 아름다운 곳이에요.아버님은 한번도 못가보셨잖아요.그게 무슨 대단한 거라고, 참 가슴 아파요.......
카페 "나루"인데, 저는 촌놈 출신이고 촌놈 마인드가 강해서 카페는 별로지만 주변의 풍경과 여기서 바라보는 조망들은 정말 멋져요.
선유도에서는 한강 뿐만 아니라 인왕산 북한산이 모두 다 보여요.노고단을 뒷동산처럼 뛰놀았던 산은 별 게 아니었지만, 지금은 정말 별것 같아요. 아버님 뵙고 오면서 맛있는 음식으로 행복했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감상했고, 또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제 부부는 스스로 나는 누구이며 배우자에게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집을 줄이고, 살림도 줄이고, 차도 낮추고, 모든 것들을 더 소박하게 살겠다고 아버님 면전에서 모두 말씀 드렸잖아요.....
아버님 세상 구경 시켜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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