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는 강화대교에서 초지대교로 1번, 그러나 가벼운 트레킹은 많이 했었던 평화누리길 제1코스(염하강철책길. 김포 대명항∼문수산성 남문. 14km)를 이번에는 대명항에서 강화대교로 걸었다.
대중교통으로 대명리에 도착하여, 대명항과 김포함상공원을 지나 평화누리길 제1코스 관문을 지나면 사적지인 덕포진(내 블로그의 "덕포진" 참조)을 향해서 펼쳐지는 철책길이다.
왼쪽으로 강화도와 김포 사이를 흐르는 바다인 염하강이 흐르고, 앞쪽이 북쪽이고 뒤쪽이 남쪽이다.
덕포진의 토성 둑에는 이렇게 예쁜 들꽃이 반긴다.
이 길을 또 걷는 것은 초지대교 쪽에서 걸어보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부래도(浮來島) 못 미쳐 신안리에 있는 "춘추벚꽃"이 혹시 아직도 남아 있을까 해서, 그리고 또 다음 주말에 갈 지리산 바래봉을 대비한 워밍-업이기도 했다.
흔히 보았던 풀인데, 이날 따라 유난히 예뻐 보여서 한 컷 담았다.
꽃도 풀도 자꾸만 예뻐 보이는 것이 늙어 간다는 증표인 것 같다.
행여나 하고 "춘추벚꽃나무"를 찾아갔지만, 역시나 시절이 시절인지라 꽃은 모두 떨어진지 오래고 잎이 무성하니 올 가을엔 예쁜 가을 벚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 블로그 "평화누리길 1코스. 2015.10.9" 참조)
부래도(浮來島)
원래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강화해협으로 흘러드는 어딘가에 있었던 섬이 염하강을 따라 흘러내리다가 이곳에 자리 잡았다 하여, "뜰 부"자와 "올 래"자를 쓴 부래도가 되었다고 한다.
부래도 쪽의 물길로 드나드는 나루터를 "덕포나루"라 하며, 예전에는 이 나루터로 드나드는 철문이 대개 열려 있었는데 지금은 굳게 잠겨 있었다.
철책이 나오지 않은 모습과 철책이 나오는 모습은 느낌이 사뭇 다르다.
아시다시피, 철책은 북한의 침투를 막기 위한 시설인데, 느낌은 참 흉물스럽고 서글퍼 보이는 모습인데, 나만의 느낌인지 모르겠다.
쇄암리(碎岩里)
쇄암리의 출렁다리와 쇄암리에서 바라본 부래도의 모습
때마침 강화대교 쪽에서 내려오는 분들을 만나서 셀카가 아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철책을 받치고 있는 콘크리트 벽면을 장식한 그림 조각들인데, 어떤 것은 타일 같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진흙공예 같기도 하다.
이 길은 시작부터 끝까지 왼쪽에 있는 염하강을 철책을 통해서만 바라보며 걷는 꽤 무료한 길이기도 한데, 그나마 이 그림이 잠시 나그네에게 미소를 머금게 해준다.
나처럼 남북 간에 비무장지대 안의 지피(GP)에서 군생활을 한 사람들에게는 철책이 질리도록 지겹고 답답한 장벽이다.
내가 근무했었던 철원 지역엔 달맞이꽃이 지천이었는데, 가을 밤에 허연 보름달이 비추는 달맞이꽃을 보고 있노라면, 별의별 생각들이 다 떠오르곤 해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현실로 돌아오곤 했었다.
김포CC 앞에 있는 쉼터인데, 여기서 각시가 락앤락에 담아준 과일로 간식을 하고 또 길을 걷는다.
새우잡이 하는 배들인지 배가 몇 척 떠 있는데, 움직이지 않고 정박하고 있는 것 같은데 뭘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길도 있는데, 혼자 걷는 것 같지만 혼자 걷는 게 아니다.
그림자도 있고 또 다른 친구들과 함께 걷는다.
4명이서 라이딩 하는 친구들을 만났는데, 이 언덕의 고갯마루 전망대에서 다시 만나 품앗이로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라이딩 얘기도 나누면서 잠시 쉬었다 간다.
쉼터가 있고 짧은 데크 산책로가 있는 곳인데, 가끔씩 가족들끼리 쉬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멀리에 보이는 산이 바로 문수산이고, 문수산이 보이니 이제 거의 다 왔다는 얘기다.
이런 철책길 14km를 한나절 혼자 걸었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그림자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친구가 카톡으로 보내준 "모든 날 모든 순간 - 폴킴"의 노래가 가사가 너무 좋아서 배워볼 양으로 계속해서 들어보았지만, 너무 늘어지고 높낮이 변화가 적은 발라드여서 내 음감으로는 이 노래를 소화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오늘도 최고기온이 26∼27도를 오르내렸으니 초하의 하루를 이렇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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