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면 날마다 부대끼는 생활의 공간이었고
그래서 일상의 공간이었던 봉은사(奉恩寺)가 궁금했다.
뭐가 그리 궁금했을까?
내 삶에 별 특별할 것도 없는 공간일 것 같은데...
집에서 전철 9호선 급행을 타니 30분도 채 안돼서 봉은사역에 도착한다.
종합운동장까지 30분이니 당연하기는 당연한 거 같다.
봉은사 진여문
(일주문에 해당하는...)
몇 년만에 이 동네에 나들이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볼 일이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우선 봉은사부터 슬쩍 살펴보고.....
이 절은 아이러니하게도 연산군 때에 왕후의 후원으로 번창하게 된 절이라는데
이름도 잘 몰랐던 이 절이, 어느 때부터 강남이 뜨면서 유명사찰이 되어버렸다.
근.현대 한국사회의 특징 중 하나가 목적이나 과정은 알 바 아니고
그저 결과만 그럴싸하면 그만이다.
봉은사 네거리에서 바라본 삼성역 방향
80년대 초 강남이 개발되던 시절에,
촌놈이었던 나는 강남에 출장다니며, 뭐하러 길은 이렇게 쓸데없이 넓게 만들었을까...
하고 의아해 했었다.
왼쪽의 이 건물도 서울의 명물 건축물 중 하나라고 하는데, 왜 이게 명물인지 나는 모르겠다.
기존의 고정관념(또는 상식)을 깨트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수 있기 때문이라면 모르겠지만.....
시선에도 편안함이 있고 불편함도 있지 않은가.......
아들 녀석 결혼식 청첩장을 드리러 갔다.
똑똑하고 사려깊고 뱃심 좋은 후배가 CEO가 됐으니 축하할 일이고 예의를 갖춘 것이다.
뭐 그리 생각들이 많은지,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워가며 얘기를 나눴다.
고지서 돌렸으니 나 할 도리는 했고, 세상 얘기도 했다.
정말 세상사 새옹지마다.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가치와 정의 그런 뉘앙스의 얘기들을 나누었다.
하지만 이 친구 나보다 최소한 한 수 이상 위다.
그것이 실은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생각은 언제나 천상과 지옥 그리고 악마와 천사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법왕루
강남이 개발되지 않았으면 오늘의 봉은사는 어땠을까?
그러니 그저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는 것일까.....?
부처님 오신 날 준비가 한창이다.
점심 먹고 나면 산책을 하던
내 단골 산책코스였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정형화된 일정한 형상에 대하여 예를 표한다.
이 부분이 언제나 내 생각과 갈등을 유발한다.
논리도 아니고...
보지도, 듣지도, 느낄수도 없는 것에.....
더러는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는 분들이
무척 존경스럽다.
대웅전
곰바위
내가 퇴근 후에 한잔 걸치던 집인데...
바로 옆에 별관까지 생긴 걸 보니 일취월장인가보다.
함께 갔던 친구에게 이 사진을 보내줬더니,
우리들의 추억창고라고 그리워한다.
그리움도 사랑도
딱 적당한 때가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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