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에

일부일처제

아미고 Amigo 2012. 8. 21. 12:07

 

“일부일처제, 자연의 본성과 안 맞아”

 

슈테파니 슈람 Stefanie Schramm 프리랜서 학술전문기자(2011.5.1)

 

 

 

 

두 분의 책(일부일처제의 신화:데이비드 바래시와 주디스 이브 립턴 부부 공저)에서 ‘일부일처제는 자연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정조를 지키는 동물은 정말 없습니까?

데이비드 바래시(이하 바래시) : 지구상에서 100% 일부일처를 지키는 동물은 민물고기에 기생하는 편형동물의 일종인 ‘디플로준 파라독숨’이 유일합니다. 이 동물은 어릴 때 수컷과 암컷이 만나 몸이 붙어서 함께 자랍니다.

 

 

바람피울 기회가 애초에 차단된다는 뜻이군요.

바래시 : 바람피울 기회가 전혀 없는 셈이지요. 디플로준 파라독숨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동물은 선택의 기회만 있다면 부정을 저지릅니까?

바래시 : 네, 거의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부일처를 지키고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일부 동물은 아직 충분히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사람만큼이나 동물도 성생활을 위장하는 데 일가견이 있습니다.

주디스 이브 립턴(이하 립턴) : 동물 역시 몰래 바람피우는 것을 들키기 원치 않습니다. (웃음) 암컷 새가 다른 수컷과 함께 있는 것을 보면 수컷 새는 바로 둥지를 떠나버립니다.

 

 

백조 등 새들이야말로 일부일처를 충실하게 지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바래시 : 그렇습니다. 그런데 DNA 분석이 가능해진 이후 일부 새끼 백조들이 친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새들의 경우 남의 새끼인 비율은 어느 정도 됩니까?

바래시 : 일부 새는 70%를 넘기도 합니다.

 

 

포유류 동물은 얼마나 정조를 지킵니까?

바래시 : 부정을 가장 많이 저지르는 동물이 바로 포유류입니다. (립턴, 재미있다는 듯 남편을 쳐다봄) 새끼 키우는 데 수컷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새끼를 낳고 나면 수컷은 다른 암컷을 찾아다닙니다.

 

 

왜 그런 겁니까?

바래시 : 포유류 수컷이 만드는 정자는 양이 아주 많으면서 크기는 작습니다. 포유류 수컷에게는 자녀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반면 포유류 암컷은 새끼 갖기가 매우 힘듭니다. 암컷은 큰 난세포를 불과 몇 개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임신과 수유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수컷이 다른 암컷과 계속 새끼 낳는 현상을 생물학자들은 놀랍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포유류 암컷은 얼마나 정조를 지킵니까?

립턴 : 암컷도 실은 몰래 달아나서 다른 수컷과 바람피웁니다. (바래시, 헛기침함) 이 사실은 1990년대에야 밝혀졌습니다.

 

 

암컷이 바람피워서 얻는 이득은 대체 무엇입니까?

립턴 : 새끼 유전자와 자신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여성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두 분은 동물이나 인간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동물과 인간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동물과 인간의 상황을 서로에게 적용할 수 있습니까?

립턴 :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많습니다. 다만 인간이든 동물이든 서로의 유사점을 인식하지 못할 뿐입니다. 진화생물학자들이 데이트하면서 ‘아, 이 여자의 허리와 엉덩이 비율이 0.8이구나. 이 여자와 아이를 낳으면 아이가 예쁘겠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본능은 인간에게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 아니라 살짝 속삭일 뿐입니다. 인간이 의식적으로 생각한다 한들 기껏해야 ‘우와!’ 정도일 겁니다.

 

바래시 : ‘이 여자, 정말 죽이는데!’ 정도일 것입니다. 실제로 일부일처는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일부일처가 불가능하거나 좋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일부일처는 생물학적 원리에 반하는 제도라는 것입니다.

 

립턴 : 그럼에도 우리처럼 일부일처를 결정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의 34번째 결혼기념일입니다. (남편을 자랑스럽게 쳐다보고 남편도 흐뭇하게 웃음) 물론 우리가 일부일처를 지키며 사는 이유에 대해 자문해보기도 했습니다. 일단 부모가 자녀를 함께 양육하는 것이 자녀에게는 장점이 됩니다. 장기간 부부 혹은 커플로 함께 지내다 보면 서로 좋은 친구가 됩니다. 부정은 미움과 적대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또한 우리가 일부일처를 지지하는 이유입니다.

바래시 :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옳은 말입니다.

 

 

외부 환경은 어느 정도까지 인간에게 영향을 미칩니까?

립턴 : 피임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습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어떤 이유가 됐든 섹스를 할 수 있고,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종교적 규정이 느슨해지면 인간은 생물학적 뿌리로 돌아가게 됩니까?

바래시 : 인간이 생물학적 뿌리를 벗어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케이크에 비유하면 케이크 코팅에 해당하는 규정은 시대마다 달라집니다. 하지만 코팅 아래에 있는 케이크에 해당하는 인간의 본성은 달라진 게 거의 없습니다. 인간은 결합 본능만큼 방랑 본능이 있습니다.

 

 

두 분도 유혹에 빠진 적이 있습니까?

립턴 : 당연히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 적이 있지요.

바래시 : 그렇다고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반드시 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는 핵위협과도 유사합니다. 당신이 미치지 않도록 내가 정조를 지키니, 내가 미치지 않도록 당신도 정조를 지키라는 거죠.

 

 

ⓒ Die Zeit·번역 김태영 위원

◎ 데이비드 바래시는 진화생물학자이며 주디스 이브 립턴은 정신과 의사(저서 : 화풀이 본능, 보바

    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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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도(libido)를 설명하는 한 예인 쿨리지효과(coolidge effect)가 남성에게만 국한되는 본성일지, 아니면 여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일지.....

어떤 종의 원숭이 암컷이 수시로 수컷을 유혹하는 현상은 무엇 때문일지.....

또 어떤 종의 앵무새는 대부분의 조류들이 커플 생활을 하는 데 반해, 암컷이 많은 수의 수컷들과 사랑을 나누며 먹이를 확보하고 새끼들을 양육하는 현상 등을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을지.....

세상은 참으로 경이롭고 신비로움, 그 자체이기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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