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에

손풍기(手風機)

아미고 Amigo 2007. 8. 10. 09:28

 

 

 

 

오래 전에 부채를 선물받은 적이 있었다.


아마도 그 때가 봄이어서 딱히 부채가 필요한 계절도 아니었는데, 그 분이 내게 부채를 선물했던 건 그 분이 부채만들기를 취미로 하고 있어서 손수 만드신 부채를 선물하셨던 것 같다.
한지로 참 정성을 들여 만든 부채인데, 큼지막 한 게 보기에도 시원하고 풍성해 보일 뿐만 아니라 바람 또한 시원시원했다.


집에 가지고 가서 선물받은 것이라고 식구들에게 일장 자랑을 하고 벽에 걸어 고이 간직하고 있다.  사용은 하지 않고 그렇게 고이 모셔 두고 가끔씩 눈길이 가면 그 분 생각도 해보고 또 부채와 더불어 거기에 그려진 그림도 감상해 보는데, 기대에 부응하는 건지 모르겠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부채질을 해본 게 까마득한 옛날을 제외하고는 별로 기억에 없다.
본시 내가 추위는 잘 타지만 더위는 별로 안타던 처지라 그랬기도 했겠지만 어렸을 적 시골에서 모기불 피우며 여름을 나던 시절 주로 모기를 쫓기 위해 부채질을 열심히 했던 기억만이 뚜렷할 뿐이다.


그렁저렁 살면서 선풍기가 나오고 에어컨이 나오면서 부채가 그저 소품이나 장신구처럼 돼 버린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나는 선풍기 바람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더 더욱이나 에어컨 바람은 질색이라 한 여름을 나면서 집에서 에어컨을 켜는 날은 10여일 내외인 것 같다.

 

근래엔 부채질도 세월 따라 변해서 손바닥으로 부채질을 한다.
그 조그만 손바닥에서 바람이 얼마나 일어날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그 수고로 인해 땀이 더 나는 건 아닐까 하는 괜한 걱정도 해 보지만 하여간 손목 운동이나 팔 운동은 되겠거니.......

 

 

세상이 변해서 선풍기가 지천이고 냉방시설이 아무리 잘 되어있다고 해도 부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 데서나 입을 쫙쫙 벌리고 하품을 해대는 사람들이 그런 때에 잠시 사용했으면 해서다.
물론 하품이란 게, 옛날에는 생리현상도 절제를 통한 미덕이었는데, 근래에는 생리현상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는 것이 미덕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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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생활문화 (이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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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중생색 하선동력(鄕中生色 夏扇冬曆)’이란 말이 있다.


향리에서 생색내기로는 여름에는 부채요 겨울에는 달력 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단오(端午)가 가까우면 곧 여름철이 되므로 친지와 이웃께 부채(扇)를 선물하고, 동지(冬至)가 가까워지면 새해의 책력(冊曆)을 주고받으며 한 계절의 무사와 안녕(安寧)을 빌었던 풍습에서 생긴 말이다.

 

 

 

조선시대 기방에서 기생들이 들고 있는 부채를 개심선(開心扇)이라 했다. 그 시절 기생들은 해학과 위트가 있었다. 부채를 접어 거꾸로 들고 있으면, 마음을 돌리라는 표시요. 부채를 활짝 펴 손님 앞에 내밀면 님이 하고자 하는 일에 저항하지 않겠다는 표시다. 반쯤 펴 코 아래를 가리고 있으면, 마음은 있으나 허락할 단계가 아니라는 ‘부챗말’이 있었다고 한다.

 

 

 

‘무소식에 정이 철리 달아난다.’ 라는 속담이 있다. 그래서 단오에는 부채를 보내 정을 잡아 두었던 조상들의 사랑이 있었다. 단오 부채는 나를 잊지 말라는 뜻으로 물망선(勿忘扇)이라고 한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끼리 회맹(會盟)을 하면, 부챗살에 서로의 이름을 적어 한 마음을 다지는 의식을 갖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부채를 일심선(一心扇)이라 한다.

 

신미양요 때 한국 지휘관끼리 공생공사의 일심을 다진 일심선이 미니에플(폴)리스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서로 일편단심 마음의 불변을 약속하는 선물로 주었는데 이를 단심선(丹心扇)이라고 한다.

 

 

 

부채를 일컬어 팔덕선(八德扇)이라 하고, 바람을 일으켜 시원하게 해주는 일덕, 땅에 펴고 깔고 앉아 요긴하게 쓰는 이덕, 여름에 따가운 햇살을 가리는 삼덕, 이리저리 가리키며 일 시키기 좋은 것이 사덕, 멀리 있는 사람 불러들이는 데 쓰이니 오덕, 빚쟁이 만났을 때 얼굴 가릴 수 있으니 육덕, 어른 앞에서 하품할 때 가릴 수 있으니 칠덕, 해져서 버려도 아깝지 않으니 팔덕이라 했으며, “오뉴월에 첩을 팔아 부채 산다”는 민요가사는 여름에 부채가 최고였음을 나타낸다.

 

 

 

우리 나라 전통부채는 새의 깃털로 만든 우선(羽扇), 손잡이가 달린 둥글부채인 단선(團扇), 접었다 폈다 하는 접선(摺扇), 특별한 용도로 쓰이는 별선(別扇) 등 크게 네 종류로 구분하고, 구분방법에 따라 다양한 구분이 있다.

 

서양에서는 부채의 쓰임에 따라
부채를 입술에 갖다 대면 -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에게 키스를 허용한다는 뜻
부채를 접은 채로 부채 끈을 오른손에 걸고 있으면 - 나는 지금 연인을 구하고 있는 중이라는 뜻
부채로 앞머리를 문지르면 - 나는 지금 당신 생각 중이라는 뜻
부채를 펴서 얼굴을 가리면 - 당신이 싫다는 뜻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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