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

문화의 충격 - 대만과 일본

아미고 Amigo 2008. 7. 24. 13:13

 

문화의 충격.........

 

이전에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생경한 상황에 느닷없이 처하게 되면 무척 당혹스럽다.

물론 더러는 흥미진진하고 절로 즐거운 웃음이 터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80년대 초에 난생 처음으로 해외연수를 나가는 행운을 잡았다.

그 때는 해외에 나간다는 게 나같은 평범한 월급쟁이에게는 그야말로 꿈같은 얘기였는데.....

 

전체적인 연수일정이 짜여지고 연수대상자도 확정이 되었는데, 출발 3일 전에 갑자기 못가겠다는 사람이 나와서 내가 운 좋게도 그 빈 자리를 채우는 핀치-히터가 된 것이다.

당시엔 해외에 한 번 나갈라치면 호적등본부터 시작해서 웬 놈의 서류가 그리도 많은지.....

하여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그 많은 서류 구비해서 김포공항 국제선 대한항공에 몸을 실었을 때의

그 기분....................................

 

대만에서는 타이페이에서 고웅까지 여러 곳의 도서관과 청소년수련원(靑少年活動中心) 그리고 많은

문화유적을 둘러보았고, 일본에서는 오사카에서부터 토쿄까지 몇 군데의 주민자치센터(? - 요즘 우리 나라의 문화센터같은)와 학교 그리고 문화유적을 둘러보던 중 꽤 늦은 저녁에 해수온천으로 유명한 아다미에 여장을 풀었다.

 

호텔에 사우나가 있었지만 하루 내 차에 시달리고 늦은 저녁을 먹고 나니 졸음이 덮쳐와 사우나고

뭐고 만사가 귀찮아 방에 들어가 대충 샤워를 하고 사우나는 내일 아침에 1번으로 가기로 작정을 하고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룸-메이트 깰세라 조심조심 방을 나가 사우나를 갔다.

탈의실의 분위기를 보니 역시 내가 의도했던 대로 내가 1번인 것 같았다.

옷을 벗고 욕실 문을 확 열어 젖히고 들어가려는데...............

 

아 !!!!!!!!!!!!!!!!!!!!!!!!

어쩌면 이런 일이........................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욕조 안에 여자들이 셋씩이나 있는 게 아닌가........

아!  낭패도 이런 낭패가.......

새파랗게 젊은 놈이 남탕 여탕 표지판 하나 제대로 못봐서 이런 실수를 하다니..........

 

얼른 욕실 문을 닫고 나와 표지판을 확인하니 남탕이 분명한데....

순간, 아!  말로만 들었던 일본의 혼욕문화...........

 

수건으로 아래를 가리고 다시 들어가 대충 샤워를 하고 욕조 속에 들어가니 이제 나까지 4명이

욕조 속에 앉아있는 거다.

궁금해서 스윽 한 번 살펴보니 앉아있는 여자들의 가슴께에 물이 찰랑대는데, 순간 시선이 마주치자

마치 도둑질 하다 들킨 기분이다.

몸은 한없이 부풀어오르고 시선 처리가 고민이다.

 

그렇게 부끄럽던 눈과 마음이 무던히도 무디어졌다.

하여간 혼욕문화든 뭐든 남의 문화나 가치기준을 함부로 평할 일이 아니다.

거기에는 오랜 세월과 경험을 통한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테니 말이다.

문화의 충격은 그래서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고 창의력을 키워주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