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다... 집에 왔다... 쪽방이든 아방궁이든 내 집이 최고의 안식처다. 영혼 없는 궤짝집이 아니다. 내가 그림을 그렸고, 내 가족들이 정성으로 함께 가꾼, 우리의 영혼이 깃든 집이다. 마치 긴 겨울방학이 끝났거나 아니면 겨울밤의 긴 꿈에서 깨어난 것 같다. 원하지 않은 몇 번째의 여행이었는지 모르겠다. 대개 세상사는 예기치 못한 일들이 불쑥 찾아오기 일쑤여서 이번에도 그렇게 각시와 함께 호털 생활을 했다. 입혀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기까지 하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사람들과 특별할 것도 그리고 서로 별 관심도 없는 소통을 하면서 걱정과 동시에 기대 속에서 지내는 게 시간이 무척 더디게 간다. 이미 알고 있던 터라, 이런 때에 적당한 책을 하나 골라 담았다. 전혜린(田惠麟)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