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봉수대와 풍경
고교동문 산악회의 2022년 송년 산행이었다.
시산제와 송년 산행이라는 게 산행보다는 가벼운 산보 정도 하고 맛있는 식사에 술 한 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자리 아닌가. 한데 코로나 여파인지 참석인원이 너무 적어서 식당 선택권은 넓어졌지만 분위기는 다소 썰렁한 느낌이었다.
안산의 전망은 이처럼 시원하다.
인왕산과 북악산 그리고 북한산의 전망도 좋지만 안산의 장점은 그 산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좋다.
너와집 & 메타세콰이어 숲 그리고 자작나무 숲
오르는 길에는 이런 너와집 쉼터가 있고 메타세콰이어 숲에 만들어진 쉼터광장이 있으며 자작나무 숲도 있어 여름이면 그야말로 도심 속의 허파다.
무악정(毋岳亭)
안산(鞍山)의 유래는 무악산, 모악산 등 여러 설들이 있지만 안산의 안(鞍) 자가 안장 안(鞍) 자인 것은 안산의 모습이 말안장 또는 우마에 걸쳐놓고 짐을 싣는 길마 같다는 데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조선시대 동인들의 본거지가 낙산(駱山)인데 반하여 서인들의 본거지가 바로 이 안산(鞍山)으로 서인들이 오랜 세월 권력을 누렸던 것을 두고도 낙산의 낙(駱) 자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얘기가 있다는데 언어의 유희 같다.
이진아 기념도서관
안산에는 특별한 것들이 많이 있는데 독립문, 서대문독립공원(옛 서대문형무소), 현충사와 독립관, 봉원사에 있는 한글학회 창립 기념비 그리고 바로 이진아 기념도서관 등이다.
이진아 기념도서관(李珍阿紀念圖書館)은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도중에 뜻밖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진아 양(李珍阿, 1980년 ~ 2003년)의 가족이 고 이진아 양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마음속에 간직하고자 사재를 기증해 설립된 기념도서관이다. 2005년 9월 15일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현저동 101번지에 설립되었다. (위키백과)
서대문구립 이진아 기념도서관은 딸을 잃은 가족이 평소 책을 좋아했던 딸을 위해 낸 건립지원금으로 지어진 도서관입니다. 2003년 불의의 사고로 딸 이진아양이 숨지자 가족들은 딸을 기리기 위해 도서관의 건립기금을 기부하였고 시민들을 위한 구립도서관이 이진아양의 생일에 개관하였습니다. 우리 도서관은 개인적인 슬픔을 사회를 위한 나눔으로 승화한 아름다운 뜻이 담겨 있습니다. (서대문구립도서관 홈피)
이 대목에서, 소떼를 몰고 38선을 넘어갔던 정주영 회장, 종업원 주주회사인 유한양행을 창립했던 유일한 박사, 그리고 자신의 회사 부지를 안양시에 기증하여 "삼덕공원"을 만드신 전재준 사장, 부천 원미산에 자기 땅을 기증하여 “최희섭 동산”을 만드신 최희섭 선생, 이런 분들이 떠오른다.
서울에서 태어나다. 1980.9.15
맑고 순진한 천진난만한
무너지는 슬픔
2003.6.2 미국에서 영원한 나라로 가다.
마지막 선물을 준비하다.
별이 된 딸의 이름이 소중한 빛으로 영원히 남아 있기를 바라는 한 아버지의
간절한 사랑으로 서대문구립 이진아 기념도서관이 건립되었습니다.
책 좋아했던 딸을 그리며
가슴에 묻는 대신 영원히 살리기로 결심하다.
2005.9.15 아빠 엄마 언니가 기증하다.
이렇게 가슴이 크고 넓은 가족 속에서 성장하었으니 좋은 인재가 되었을 터인데 이진아 양이 생물학적으로는 하늘나라의 별이 되었지만 사회적으로는 가족과 더불어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하산 & 오찬
쉬엄쉬엄 걸어서 봉수대와 무악정에서 인증샷을 담고 연대로 내려와서 신촌에서 오찬파티를 열었고, 오찬의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즈음에 송년 산행의 시상식이 거행되었는데 뜻밖에 내가 200만원 상당의 최고상을 받았다. 시상 이유는 그날 참석자 중 내가 좌장이라는 것인데 다소 황당하기도 하고 멋쩍기도 했다.
보통은 선배들도 나오고 내 동기들도 최소한 서너 명 이상은 나오는데 이날따라 묘하게도 내 동기들까지 전멸이어서 졸지에 내가 좌장이 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인데, 중요한 것은 많은 동문들이 찬조를 한 중에 강남에서 치과병원을 하는 친구가 200만원 상당을 찬조하는 것과 더불어 동문회에 1억원을 기부하였으니 돈이 많은 사람이라기보다는 가슴이 큰 사나이다.
그런 후배가 부럽기도 하고 또 존경스럽다.
잠시 생각해보니 그날 묘하게도 내가 좌장이 되었다는 걸 제외하면 내가 시상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 그리고 세상의 사물은 적재적소여야 효용가치가 크다는 걸 생각하며 동문활동에 가장 적극적인 기수의 회장을 불러 좋은 곳에 쓰라고 넘겨주었으니 기분 좋은 송년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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