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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石坡亭) -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
보통은 창의문(이명 자하문) 너머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인왕산 자락의 ‘삼계동정사(三溪洞精舍)’ 일대를 석파정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정확하게는 석파정이라는 정자와 요즈음의 별장 내지는 전원주택에 해당할 수 있는 별서(別墅) 그리고 인왕산 능선의 너럭바위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계곡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석파정의 모습이 다소 생경(生硬)하다. 그럴 것이 익숙하게 봐왔던 정자(亭子)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일 텐데, 보통은 정자라고 하면 형태가 팔각정이 절대다수이며 주변의 경관을 조망(眺望)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석파정은 사각정인데다 건축 형태도 청나라풍이고 움푹 꺼진 계곡에서 겨우 북악산의 백악(白岳)마루 정도를 바라볼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일 것 같다. 하지만 위치 문제는 각자의 취향일 수도 있지 않겠나...
또한 석파정에는 별당(別堂)이 있었는데, 이 별당 역시 청나라풍의 건물로 지금은 부암동 세검정교차로 앞에 있는 “한식당 석파랑(石坡廊)”으로 옮겨져 있는데, 석파랑 이야기는 다음에 별도로 할 생각이다.
뒤에서 바라본 석파정
이 석파정(삼계동정사)은 철종(조선 25대 왕, 1831∼1864, 1849 즉위) 때 영의정을 지냈던 세도가 안동 김씨 김흥근(金興根, 1796∼1870)의 별서로 '삼계동정사(三溪洞精舍)'라 했다는데, 이는 아마도 당시 한양의 삼동천(三洞天)이라는 북악산(北嶽山) 자락에 있는 백사실계곡(白沙室溪谷)의 백석동천, 인왕산(仁王山) 자락의 청계계곡에 있는 청계동천(靑溪洞天) 그리고 북한산 향로봉에서 탕춘대 능선이 끝나는 지점의 백련산(白蓮山) 자락에 있는 백련동천(白蓮洞天)에 견주어 이런 이름을 붙인 것 아니었을까 생각되는데, 하여간 이즈음에 이 동네 일대에는 고관대작들의 별서 붐이 일었던 것 같다.
석파정을 앞에서 보고 뒤에서 보고 또 좌우에서 봐도 정자의 모습이 전통적인 조선의 정자와는 확연히 다른 청나라풍의 모습이어서 시 한 수 나올법한 그윽하고 개방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고 멋도 맛도 별로인 가벼운 모습의 정자로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는데, 당대의 수많은 사람들은 대원군에게 아부하느라 천하절경이라고 했던 것 같다.
별서(別墅)와 천세송(千歲松)
별서는 정자, 사랑채, 안채, 별채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별서의 꽃은 개방성을 띄는 석파정이어야 할 텐데, 위에서 말한 대로 정자의 위치가 움푹 꺼져 햇볕이 별로 들지 않는 음지의 동향이며 건물의 형태로 보아 그런 위상을 가졌을지 의문이고 그보다는 시야가 탁 트인 남향의 사랑채에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을 것으로 짐작을 해본다. 그러든 저러든 사랑채 옆에 있는 천세송은 그 모습이 이름값을 하고도 남는 명품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석파정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 1821∼1898)이 소유했다는 것과 이것을 소유하게 된 과정이 요즘 표현으로 우픈 얘기여서일 텐데. 자료에는 김흥근이 팔지 않을 것 같아서 대원군이 자신의 아들인 고종을 삼계동정사에 행차하게 한 다음 하루 밤을 자고 가게 하여 취했다 하니, 애당초 정상적인 거래를 할 생각은 없었고 이런 술수를 생각했었던 것 아니었을까 어림해보는데, 대원군이야말로 권력의 화신이며 술수의 대가 아니신가!
건물의 배치에 대한 설명이 없이 살펴본 바로는 맨 왼쪽의 천세송 옆 건물이 사랑채 그리고 맨 뒤 높은 곳에 있으면서 마루에 반닫이가 있는 건물이 별채이고 남은 하나 ㅁ자 형태의 건물이 안채려니 생각한다.
별채에서의 전망
별채에서는 인왕산 능선의 기차바위가 보이고 창의문(자하문) 쪽에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새겨진 기념비가 있는 시인의 언덕도 빤히 보이며 창의문을 지나 왼쪽으로는 북악산의 백악(白岳)마루도 코앞에 보인다. 그러나 그것보다 큰 장점은 경복궁에서 가깝다는 거 아니었을까...
거북바위와 삼계동 각자(三溪洞 刻字)
구름길로 올라서면 바로 이 거북바위와 거북바위에 새겨진 “삼계동” 각자가 나오는데, 여기서 말하는 삼계동은 위에서 말했던 “삼계동정사” 그리고 “삼동천”과는 다른 이야기인 것 같은데, 창의력을 발휘한 것 같다.
구름길(Walk of Cloud)
천세송에서 별당이 있는 곳으로, 별당에서 인왕산 너럭바위가 있는 곳으로, 너럭바위에서 석파정으로 그리고 석파정에서 삼층석탑으로 가는 길은 이렇게 운치 있는 숲속의 오솔길이다. 그래서 사계절 언제 걸어도 좋을 멋진 길이다.
인왕산 너럭바위
석파정의 안내도에서도 이 인왕산 너럭바위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고 관람객들도 대부분 둘러보지 않고 지나쳐버리는데, 잠시 호흡조절도 할 겸 둘러볼만 하다. 특히 딸이나 아들을 원하는 사람은 필히 들러봐야 할 것 같다.
삼층석탑
사찰이나 암자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없이 덜렁 삼층석탑이 홀로 있다는 건 전래되지 못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안내판에는 빤한 소리만 있는 것 같다.
소수운련암 각자(刻字)
흥선 대원군은 “소수운련암”이 새겨진 이 바위에 매료되어 자신의 호를 석파(石坡)'로 짓고 별서의 이름도 '석파정(石坡亭)'으로 바꾸었다고 하는데, 대원군은 이곳의 반석을 石坡(돌고개)로 보았던 모양이다.
이 반석에 새겨진 각자로 해서 소유권의 변동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 같다.
조정만 소유 ⇒ 김흥근 소유 ⇒ 이하응 소유 ⇒ 세습 등 우여곡절을 거쳐 지금은 ㈜석파문화원 소유인 것 같은데, 서울시 유형문화재가 주식회사 소유로 넘어가 석파정을 보려면 입장료(성인 20,000원)를 내야하는 서울미술관을 경유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우습다.
옛날에는 포장된 길로 이렇게 석파정의 전체 풍경을 바라보면서 올라갔는데, 입장료 때문에 이 길을 막아버리고 미술관을 통해 가다보니 석파정의 옆구리로 들어서니 말이다.
나머지
예술작품 같은 이런 모과나무가 있으며, 산수유의 본고장 전남 구례에서 가져온 이런 산수유나무도 있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석파정에 온 김에 석파랑에서 점심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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